“폭삭 속았수다” 1960년대부터 현대까지 제주도를 배경으로 힘든 삶을 잘 이겨낸 가족드라마로 넷플리스에서 방영되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삶의 길목마다 부모이자 자식으로 겪어냈던 내 이야기가 드라마속에 전개되어 때로는 서럽고, 기쁘고, 아프고, 애달프기 때문이다.

어린 애순이가 해녀 이모들보다 오래 바닷속에서 물질하는 엄마가 걱정되어 100환으로 엄마 하루를 사고 싶다는 장면은 내 어린시절을 소환한다.

가을이면 먼산으로 엄마랑 나무를 하러 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쉬는 지점까지 최대한 빨리 가서 내짐을 내려놓고 엄마짐을 받으러 달려갔던 어린아이가 생각났다.

어린딸 애순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 광례를 보면서 사춘기 중학생 아들을 두고 수술실에 들어가며 아팠던 시간과 암이 재발하여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 아이들 생각에 두려웠던 마음도 떠올랐다.

애순의 딸 금명이가 애틋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도 똑같다.

2013년 중환실에 입원을 했던 엄마를 보면서 퇴직 후 간호를 할 수 있는 시간까지 건강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마음이 점차 옅어져 구순이 넘은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다.

주인공 애순이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자식을 잃고 남편도 암으로 먼저 떠났다.

얼핏 보며 굽이굽이 길목마다 시청자들을 폭풍 오열하게 만드는 아픔속에 살아왔지만 무쇠같은 남편과 많은 사람들의 응원속에서 사랑이 넘치는 삶의 여정속에 어릴적 꿈이었던 시인이 되어 평화로운 노년을 살고 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다.

애순이의 노년을 보면서 단조로운 내 일상도 보게 된다.

아침 9시에 운이를 등원 시키고 구월이(웰시코키 애완견)와 단지 내 정원을 산책한다.

아름다운 조경대상을 수상했던 정원은 발길 닫는 곳마다 갓 피어난 봄꽃이 지천이다.

온화한 봄바람은 살랑살랑 잔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산책하는 애기들을 볼 수 있는 행운의 날도 있다. 그럴 땐 여지없이 할머니 파파라치가 되어 멀리 보이는 운이 사진을 찍는다.

오후에 하원하는 운이를 마중 나가는 시간도 늘 설레임의 연속이다. 화사한 봄날 무덤덤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드라마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여전히 꽃잎 같고 여전히 꿈을 꾸는 당신” 폭삭 속았수다라는 따뜻한 위로의 인사말을 들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