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선사탑
2025년 02월 19일(수) 11:27
주성재
DBS광주동아방송 동부권국장
지난해 세밑에 우리군 죽곡면 태안사에 있는 ‘적인선사탑’이 국보로 승격된다는 예고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

우리 곡성군 전 군민에게 하늘이 준 큰 선물이자 경사 중의 큰 경사이다.

‘적인선사탑’은 신라말 불교가 왕권과 결탁하여 수행과 중생 구제의 길을 벗어나 정치개입, 사치와 향락, 부패등 타락의 길을 걸을 때 일찍이 고국을 떠나 당나라에서 수행한 후 귀국했던 개혁 스님들이 한반도 전역에 창건했던 구산선문중 한 곳인 곡성 태안사를 창건했던 혜철스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부도탑이다.

그동안 나는 왜? 우리 곡성군에는 국보가 한 점도 없을까? 항상 아쉬움이 남았었다.

이번 ‘적인선사탑’ 국보 지정 예고 소식은 곡성군의 유일한 국보였던 오산면 관음사 원통전이 6.25전쟁 중에 소실된 이후 너무나 아쉬었던 부분이 일거에 해소된 것이다.

전남대학교대학원 문화재협동과정(석사)에서 곡성 태안사의 ‘적인선사탑’과 화순 쌍봉사의 ‘철감선사탑’의 비교분석 과제를 쓴 적이 있어 감회가 새롭다.

적인선사탑! 이란 탑명을 처음 접한 것은 20여년전 곡성문화원에서 주관한 ‘곡성군문화관광해설가’ 교육 과정 이었다. 30여명이 신청했는데 20여명이 수료한 걸로 기억난다.

그때 해설가 과정 담당 선생님이 현 조준원 곡성문화원장이다.

조준원 원장이 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해설가 양성 과정을 기획하고 곡성군 문화관광과에서 예산을 세워 진행했다.

천년고찰 곡성 태안사 답사과정에서 조준원담임선생님의 해박한 지식으로 ‘적인선사탑’에 대한 깊고 자세한 해설을 듣고 큰 감명을 받은 기억이 난다.

특히, “문화재는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은 더 큰 충격이었다.

‘적인선사탑’의 기단부 팔각형에 새겨있는 사자들의 생동감 있고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설명할 때는 그동안 무지했던 내 자신이 더욱 창피했다.

정확한 탑 명은 ‘적인선사조륜청정탑(寂忍禪師照輪淸淨塔)’이다. 그러나 솔직히 ‘적인선사탑’은 나에게 너무 어렵게 다가왔다.

‘적인선사탑’ 이란 탑명도 어려운데 ‘조륜청정’까지 더해지니 더욱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적인(寂忍)은 신라 경문왕이 내린 혜철 스님의 시호이다. 고요할적, 참을인 적인이란 고요함을 인내하다 즉 혜철스님의 큰 법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선사(禪師)는 선선, 스승사, 큰 스님, 왕의 스승과 같은 왕사 즉, 큰 스님을 존칭하는 말이다. 조륜(照輪)은 비칠조, 바퀴륜 불교의 윤회사상과 세상을 고루 밝고 따뜻하게 비춘다는 뜻이 있다. 청정(淸靜)은 맑을청, 고요할정 맑고 고요한 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륜청정은 경문왕이 내린 탑호(塔號)이다.

이렇게 조준원 담임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적인선사조륜청정탑’이란 탑명이 귀에 쏙 들어왔다.

우리 군에 이렇게 훌륭한 보물이 있었는데 그동안 관심도 없었고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뒤 스스로 많은 반성을 했고, ‘문화관광해설가’ 과정 공부도 충실히 했다.

대학원 시절 과제를 쓰기 위해 화순군 쌍봉사를 답사했다. 국보인 ‘철감선사탑’을 본 순간 탑 상부가 손상 되었지만 선이 굵고 묵직하고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손상된 탑이지만 굵고 선명하다는 이유가 국보와 보물의 차이일까?”

상대적으로 ‘적인선사탑’은 완성도가 높고 모든 문양이 섬세하지만 희미한 부분이 있었다.

문화재 심사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듯한 의구심을 떨쳐버리 수 없었는데 드디어 우리 지역의 ‘적인선사탑’이 국보지정 예고 되었고, 이제 최종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 고시만 남은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적인선사탑’을 국보로 지정한 사유에 대해 “조각 기법이 역동적이고 절제 되었고, 전체적인 비례감과 조형미가 뛰어나며, 옥개석은 전통 한옥의 처마 곡선과 목부재를 사실적으로 재연한 당대 최고의 석공이 시공했을 것으로 추정되어 예술적, 기술적 가치가 크다.” 라고 밝혔다.

이번 ‘적인선사탑’ 국보지정 예고는 우리 군이 축하만 하고 지나쳐서는 안 될 일이다. 공로자를 발굴하여 높이 치하하고 큰 포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20여 년 전 곡성군문화관광해설가 과정을 기획했던 조준원 문화원장은 곡성군의 문화재에 대한 남다른 지식과 애착심, 그리고 홍보를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이고, 태안사 각초 주지 스님은 이번 ‘적인선사탑’ 국보 승격 노력을 곡성군에 가장 강력하게 건의했다.

또, 곡성군 국가유산팀의 이은정담당주무관은 ‘적인선사탑’이 국보로 지정 예고 되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업무 책임자였다.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이런 분들 또한 곡성군의 진정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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