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시심캐는 울 엄마
2022년 03월 08일(화) 16:09
우리고장 소통창구 ‘谷城산책’
샛노란 복수초꽃이 봄을 알리며 땅 위로 고운 얼굴을 내밀었다. 이곳저곳 봄물이 들어가는 따사로운 날이지만, 코로나19와 대선의 열기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이럴 땐 아름답고 귀한 자연 환경을 품은 곡성 시인의 시조집 한 권을 읽으며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시조집 『초록의 기억』(2020년, 한강)은 2017년 66세의 나이로 등단한 황귀옥 시인의 첫 시조집이다. 황귀옥 시인은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2016년부터 곡성 삼기면에 위치한 [박덕은 문학관]에서 시 창작 수업을 들으며 시를 짓고 있다. 시인의 작품들에는 농사를 짓는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진심, 자신이 발 딛고 선 이 땅의 아름다움,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자는 세계관이 촉촉이 스며들어 있다.
황귀옥 시인이 시와 농사를 지으며 4대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은 2020년에 KBS 인간극장 <봄처녀와 옥구슬-시 짓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에도 방영되었다.
황귀옥 시인은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시 짓기와 독서를 하고,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밭농사를 짓고도 밤에는 나태주, 백석, 릴케 등의 시집을 정성껏 필사한다.
울 엄마 황귀옥 시인은 오늘도 고된 밭농사로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시심 캐는 텃밭’에서 부지런히 시상을 붙들어 시를 짓는다.

<황귀옥 시인 작품 일부>
‘보고픈 봄날’
시인 황귀옥

봄볕에 모 심는 날
이웃집 모두 불러
무논에 황소 쟁기
써레질 철벅철벅
모 떼는 동네 아낙들
구부러진 아리랑

머리에 못밥 이고
나서던 논두렁길
아이도 강아지도
줄줄이 쫄랑쫄랑
잔칫집 상차림인
양 주린 배를 달랬지

집안에 들어앉아
논둑길 못 걷는 이
살뜰히 속정 챙겨
건네주던 못밥에
봄날의 그리움 되어
글썽이던 홍매화.
정은희 동화작가(삼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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