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987년 제9차 헌법개정을 통하여 국민 직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한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그러나 이런 뜻 깊은 해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10일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을 하였고 헌법 제68조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5월 9일에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대통령을 조기에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경제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은 60일이라는 기간 내에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 시간적 물리적 제약을 받고 있어 유권자가 대통령을 선출함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때보다 후보자의 정책공약과 검증을 철저히 해서 이런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전후로 실시한 유권자의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책과 공약이 후보 선택 시 중요기준이라고 답한 비율이 22.4%에 불과하고 유권자 대부분이 후보자의 이미지, 소속정당, 지역을 보고 투표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았을 때 후보자의 준비과정이 짧은 이번 대선은 정책공약을 나타내는 매니페스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매니페스토는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 공약, 곧 목표와 이행가능성, 예산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말한다. 매니페스토의 평가기준으로는 일명 스마트(smart)지수로 불리는 구체적인 공약성, 검증 가능성, 달성 가능성, 타당성, 기한명시의 5가지가 있다. 이런 지수를 통해서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다. 매니페스토 개념은 1834년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위한 마련이라면서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한데 기원을 둔다. 우리보다 앞서 1997년 영국, 2003년 일본에서 구체적인 매니페스토 정책을 제시해서 당선되는데 도움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00년에 전개되었던 낙천낙선운동의 연장선상에서 2006년 5월 31일에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부터 구체성을 띠고 있었으며 실현가능한지 여부를 평가하자는 매니페스토운동을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전개된지 올해로써 10년이 넘어서게 된 것이다.
후보자는 매니페스토를 통해서 자기를 알린다면 유권자 또한 그것을 통해서 후보자 검증을 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처럼 매니페스토와 유권자의 선택을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하듯이 유권자도 후보자에게 관심을 갖고 후보자들의 자질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어느 후보자가 내놓은 정책이 합리적인지 판단해보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5월 9일은 단순히 대통령 한 명을 선출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사회에 내재된 불평등, 불합리한 요소를 근절하여 참여희망화합이 될 수 있도록 후보자는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내세우고 유권자는 신중하고 꼼꼼하게 후보자를 선택하여 “아름다운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우리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 줄 수 있는 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