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 그 속에는 지역의 독특한 특성을 잘 살리고 주민들의 참여와 행정기관의 적절한 조합, 그리고 각기 다른 특성이 담긴 의미들을 널리 알리며 공유할 때 빛이 난다. 우리지역 역시 주변에 귀감이 되거나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많은 것들이 전파되지 않으면 그냥 뭍혀 버리는 일들이 허다하다.
이에 본보는 건강한 마을조성은 물론 우리지역의 소중한 충효문화를 가꾸고 빛내기 위해 마을단위에서 이뤄지는 미담과 소중한 것을 발굴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마을 좋은동네’라는 코너를 만들어 연중 기획보도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어릴적부터 정을 나누며 살아왔던 60대 중반의 친구들이 4년 동안 개인당 매월 1만원씩을 모아 고향의 동네 어르신들에게 효행을 펼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토요일 오전 곡성읍 죽동마을 회관. 점심시간에 맞춰 농악대가 울려 퍼지면서 주민들의 흥겨운 목소리가 동네어귀를 가득 메웠다. 이 마을 출신 친구들이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행사가 펼쳐진 것이다. 또 마을이장과 부녀회장, 주민 등 수백명이 한데 모여 음식을 준비하며 끈끈한 정나눔이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를 마련한 주인공은 1954년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함께 보냈던 강정수․김길섭․김병식․김종환․선종래․정재형․지동수씨 등 7명의 죽마고우들.
60대 중반인 이들은 4년전 평생 마을을 지켜온 어르신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매월 1만원씩 모아 작지만 정성스럽게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이날 300만원을 들여 잔치를 벌였고 마을주민에게 기념타올도 선사했다.
특히 이들은 현재 곡성에서 3명이 거주하고 4명은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날 만큼은 부모 모시는 마음으로 만사 업무를 뒤로한 채 고향인 죽동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어깨를 맞추며 따뜻한 정에 흠뻑 취하도록 하루를 보냈다.
이 마을 강상기(곡성읍게이트볼협회장) 어르신은 “친구들끼리 부모 모시는 심정으로 이같은 행사를 마련해줘 고맙다”면서 “똑같이 나이 먹어가는 상황인데도 효행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자손들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높이 칭송했다.
이정래 죽동리 이장은 “친구들끼리 의견을 모아 만들어 낸 좋은 행사가 우리마을에서 펼쳐져 기분이 좋고 죽동마을에 더욱 좋은 기운이 찾아오길 기원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죽동리에 거주하는 선종철 곡성군노인회 사무국장은 “예전부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런 행사가 마련돼 마음이 훈훈하다”면서 “선․후배들이 자율적으로 십시일반 동참해 경비를 마련하고 행사가 정례화될 때까지 당분간 54년생 주관으로 행사가 이어져 자랑스런 죽동리 전통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안하기도 했다.
행사를 준비한 54년생 죽마고우 대표 정재형씨는 “친구들이 수년째 흐트러짐 없이 뜻을 같이 해온 덕분에 오늘의 행사가 치러지게 됐다”면서 “큰 행사는 아니지만 마을사람과 함께 어르신들을 모신 가운데 따뜻한 정을 나누는 차제가 보람된다”고 말했다.
한편 곡성읍 죽동리는 현재 150세대 4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어 여전히 큰 마을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김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