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찬영 곡성일보 논설위원이 중종 때 문신 엄흔의 문집 󰡔十省堂集󰡕을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 지난 2015년 조선대학교 대학원 고전번역학과 박사과정에 첫 발걸음을 내딛고서 4학기 학과 과정을 수료 후 2017년 8월 소논문 ｢嚴昕의 詩에 나타나는 海東江西詩派의 특징｣에 이어 박사학위논문 ｢十省堂集 國譯硏究｣로 다음달 23일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엄흔의 󰡔십성당집󰡕은 상하 2권, 부록과 함께 2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문집은 辭․箋․箴․銘․頌․辨에 속하는 文類가 9편이 있다. 그 외 한시 316편의 제목 아래 460여 수의 작품이 실려 있다.
엄 박사의 이번 논문은 󰡔십성당집󰡕을 국내 최초로 완역하고 소개했다는 점이 의의가 크다. 한편 󰡔십성당집󰡕의 판본 계통을 밝히는 과정에서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국문집총간 제32집으로 간행된 󰡔십성당집󰡕의 필사본이 아니라 처음 발간한 목판본으로 번역본을 삼아 규명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엄 박사는 특히 번역 기법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미흡한 점을 대폭 개선하는 등 조선시대 한시 중에서도 매우 난해한 십성당집 완역에 큰 노력을 기울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논문은 󰡔십성당집󰡕의 해제에서 엄흔의 생애, 간행 경위와 편차, 엄흔의 시 개관(槪觀), 엄흔의 시세계, 맺음말을 이어 본문에 해당되는 󰡔십성당집󰡕을 국역하고서 부록에서는 엄흔의 묘갈문과 지명, 십성당명과 십성당설을 국역하였는데 무려 313 페이지의 분량이다.
특히 엄흔의 시세계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이나 경물을 통해 마음이 고요한 상태의 평담(平澹)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거나 현실의 바쁜 정무(政務)속에서 귀거래를 희구하는 것으로 요약됐지만 아쉽게도 그가 36세의 짧은 삶으로 인해 더 이상의 시세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이번 논문은 엄흔이 한국한시사(韓國漢詩史)에서의 위치와 해동강서시파(海東江西詩派)의 범주에서 재조명 되어야 한다는 논지의 타당성이 입증되면서 향후 학계의 연구 가치를 더욱 높여 주리라고 기대된다.
한편 엄 박사는 지난 2003년 98세 일기로 생을 마감한 조선의 마지막 선비 경와 엄명섭 한학자의 셋째 손자이며, 박사과정 입학과 함께 학위논문 준비로 󰡔십성당집󰡕 번역을 병행해 3년 만에 국역 완역본을 박사학위논문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곡성에서 초․중․고를 나와 1991년 군복무를 마치고 전주향교에서 후학을 지도한 엄명섭 선생을 13년간 모시면서 가학으로 한문공부를 해온 엄 박사는 한국방송통신대 전북지역학습관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전주대 교육대학원 한문교육학 석사에 이어 이번에 조선대 대학원 고전번역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마을 이장(입면 금산3구)을 하면서 할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후학양성을 위해 수약재 예절학당을 운영하기도 한 엄 박사는 “할아버지가 입면에 두었던 ‘금산서사’를 복원해 국내 한학의 위상을 살리고 으뜸 예절학당을 만드는 게 꿈”이라면서 “단계적으로 공간 확보와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