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나오는 스포츠경기 중계를 관심 있게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페이크(fake)"라는 단어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페이크(fake)는 스포츠경기에서 상대선수를 속이기 위한 동작으로 전후좌우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선수를 속이는 기술로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능력으로 여겨지는 긍정적인 단어이다. 하지만 페이크(fake)가 뉴스(news)와 결합하면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6월에 실시한 영국의 브렉시트 찬반투표, 11월에 실시한 미국 대통령선거, 그리고 올해 9월에 실시예정인 독일 총선과 관련한 뉴스에서 우리는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용어를 들을 수 있다.
가짜뉴스는 전혀 연계성이 없는 사건들을 편집자의 임의대로 편집·날조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수많은 가십거리를 모아 흥미를 유발하는 형태로 가공하기도 한다. 여기에 실제 뉴스와 같은 화면과 형식을 취함으로써 그럴싸해 보이도록 포장하고 사진·동영상 등을 첨부함으로써 진짜 뉴스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가짜뉴스가 인터넷과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유명 오피니언들이나 일부 언론이 이를 확인 없이 인용함으로써 마치 정당성을 부여받은 진짜뉴스인 것처럼 여겨지게 됨으로써 여론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사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탄핵사건 및 대선 입후보예정자들의 활동과 관련하여 가짜뉴스가 퍼지는 등 이미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으며, 올해 치러질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그 염려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중앙선관위에서도 국내외 SNS 업체와 공동대응을 합의하는 등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를 중심으로 가짜뉴스 차단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에서 발행한「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관한 유권자 의식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은 지지후보 선택시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인물/능력’을 꼽았으며, 후보자·정당의 인지 경로는 ‘TV·신문 등 언론의 보도·기사’ 및 ‘가족·친구·이웃과의 대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즉, 유권자의 대다수는 정치인을 직접 대면하거나 경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인물/능력’은 언론을 통한 보도, 인터넷 및 각종 SNS를 통해 전파되는 여론을 통해 그 이미지 형성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유권자에게 정치인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있어 언론의 기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언론이 뉴스를 전달 할 때는 그만큼 철저한 검증과 객관적인 보도를 하여야 한다는 역할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가짜뉴스를 검증하고 여과하는 언론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자 하는 관심이다. 인터넷과 SNS는 정치인과 유권자, 유권자 상호간에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채널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고 확대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만큼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정치인의 이미지를 왜곡시킬 수 있는 부정적 기능의 개연성도 크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여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식이 없이 전파를 타고 떠도는 가짜뉴스에 휩쓸리게 되면 우리는 잘못된 이미지로 정치인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이 읽고 공유하는 기사를 페이스북이 직접 쓰지 않지만 우리는 새로운 공론의 장으로서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책임이 있다.” 가짜뉴스의 성행으로 미국대선 이후 ‘페이크북(fake+facebook)'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페이스북의 CEO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말이다.
인터넷과 SNS라는 사이버 공간이 책임 있는 공론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의 원활한 기능, 관리자의 책임의식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엄청난 양의 뉴스를 우리는 매일 접한다.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을 떠도는 그럴듯한 페이크(fake)에 속지 말고,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줄 아는 냉철한 시민의식으로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을 위한 진짜 대표자를 선택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