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서 답을 찾는 곡성의 ‘정부 3.0’
2018년 05월 31일(목) 06:13
심남식 곡성부군수
얼마 전 우연히 TV를 보다 기분이 씁쓸해졌다. 영화 ‘터널’을 패러디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터널에 갇힌 사람의 전화 구조 요청에 서로 담당이 아니라며 다른 부서로 전화를 돌리는 공무원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한번쯤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듯 박장대소로 답하였다. 사실 공무원을 철밥통에 비유한 지는 오래지만 어쩐지 떨떠름함을 감출 수 없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늘어나는 행정 수요를 대량으로 처리하는 특성상 관료제의 유지는 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분적 혁신을 받아들이며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늘어나는 정부의 재정지출에도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만족도는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기존의 업무방식과 범위에 대해 부분적 혁신이 아닌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변화를 거부한다면 공공서비스의 공급자인 정부와 지자체는 존립의 정당성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행정은 어떻게 변해야할까?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이 바로 ‘정부3.0’이다. ‘정부3.0 시대’의 행정 환경은 과거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먼저 국민의 기대와 욕구가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저출산․고령화는 인구구조의 변동과 함께 사회․경제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복지, 주택, 교육, 교통 등 행정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또한 국민 개개인의 욕구가 중시되면서 개별화된 행정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이른바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s)의 대두다. 이러한 문제들의 특징은 정확히 정의할 수 없으며, 객관적인 옳고 그름의 경계가 무너지고, 책임성이 불분명하다. 따라서 기존의 관료제적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세 번째로 정부와 국민과의 관계 전복이다. 과거 국민은 정부가 이끄는 대로 뒤따르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의 급속한 진전과 민주성의 확장에 따라 국민은 정부보다 앞서가고, 보다 높은 곳에서 정부를 견제․감시하며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행정의 새로운 영역 발견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존에 영향이 미치지 못했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영역에 행정이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
‘정부 3.0’은 이와 같은 행정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의 운영방식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소명이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처절한 현실인식이었다. 따라서 ‘정부3.0’은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중심의 행정을 펼칠 것을 목표로 하며, 민-관이 동반자적 관계 형성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2014년 한 민간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8.8%의 국민만이 정부와 소통이 원활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소통의 부족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제 아무리 좋은 공공서비스도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게 한다. 이에 따라 ‘정부3.0’은 국민의 신뢰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른바 ‘투명한 정부’로 명명된 정보개방 정책들과 주민참여 정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곡성군도 홈페이지와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사전정보 공표, 원문정보 공개, 공공데이터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서비스디자인 방법으로 의제 설정부터 정책의 설계까지 국민이 주도하는 ‘국민디자인단’, 새로운 지자체를 만들어갈 아이디어 집단인‘희망곡성 청년 파트너’, 군민의 일상 속에서 소통하며 생활공감 정책을 발굴하는 ‘행복나눔 군수실’ 등 수요자의 특성과 참여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소통과 참여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조직 내적으로 PC 영상회의를 점차 확대하여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이고, ‘약팽소선(若烹小鮮)’이라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스스로 일하는 문화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조직 외적으로는 민-관, 기관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산업인력지원센터를 통한 도시와 농촌 간 일자리 연계사업이다. 곡성-구례-담양 3개 지자체가 함께 구인구직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지역민에게는 일손 부족을 해결하고, 인근 도시 거주자들에게는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투명한 정부’와 ‘유능한 정부’는 최종 목적은 ‘서비스 정부’로 구현된다. 곡성군도 ‘서비스 정부’ 구현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정보를 개방하고, 주민과 소통하며, 일하는 방식을 효율화하는 것이 결국에는 군민에게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치 아래 지역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효도택시와 버스단일요금제를 핵심으로 하는 농촌맞춤형 교통복지는 이미 전국에 유명하다. 그 외에도 귀농귀촌 정착 단계에 따른 유형별 귀농귀촌 정책,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번기 마을공동 급식과 행복바우처 사업, 농업인의 건강을 위한 농업인재활센터 등 지역의 잠재적 수요에 찾아내서 선제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새해에는 지역 청년들의 창업과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새로운 구상도 준비 중이다.
곡성군은 행정자치부 주관 2년 연속 정부3.0 우수기관에 선정되었다. 2015년에는 전국 82개 군단위에서 1위에 선정되었고, 2016년에는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 중 1위에 선정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자신감으로 내재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군정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함으로써 군민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곡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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